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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 사람을 위한 얘기

(우리 회사나 같은 업계를 제외하고) 요새 나랑 같이 일하는 사람 중에는 해당 업계 동료들의 오해를 조금 사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들을 볼때면 나를 보는 것도 같아 사뭇 측은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사실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하는데 딱히 자기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들로 인해 뚜렷한 성과를 못낸다거나, 그 성과를 만회해보려 약간 더 부대끼며 뛰어다닌 것뿐인데 사람들이 쟤 오버한다고 수군댄다거나, 일정이고 계획이고 마음만 급해서 성급히 잡았다가 막판 가서 허둥댄다거나 하는 모습들을 보면 마냥 남의 얘기 같지만은 않아 이내 서글퍼진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똑같은 환경에서 압도적 성과를 내는 이도 존재하고, 필요할 때만 잠깐 힘 빼면서도 똑똑히 챙기는 이들도 분명 있고, 말도 안되는 일정과 계획을 잡더라도 밤새 토씨 하나 안틀리고 완벽하게 해내오는 이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비교되고 오해 받아도 적극적으로 내 편 들어 해명해줄 사람도 많지 않으며 후자가 계속 양의 사이클을 반복하며 더 발전해갈 때, 전자는 음의 사이클을 반복하며 점점 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걸 끊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해야만 한다. 내가 이때껏 해온 방식이 맞는지, 내가 믿어온 바가 옳은지, 내가 경험한 것이 다인지.

끊임없이 회의하고 나도 잘 모르겠는 것은 이제 똑똑한 후배나 나를 믿고 함께하고 있는 우리 동료들의 가능성을 믿고 위임하는 것이 그 모든 음의 고리를 끊는 지름길이 아닌가 싶다. 아니면 유일한 길인지도 모르고.

아무튼 이제는 후배를 믿고 더 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내가 선배로서뿐 아니라 제작자이자 기업인으로서도 더 롱런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한다. 알량한 경험이 좀 생겼다고 자꾸 거기 대입해 아집을 부린다면 나이만 젊은 꼰대가 따로 없을 것이다.

논쟁이 되는 사안에 대해 어차피 나도 100% 확실한 답이 없는데 내가 특정 사안에만 들어맞는 반쪽짜리 경험에 기초해 태클 거느라 프로젝트를 마냥 지연시키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생존의 댓가

요즘엔 진짜 내가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내려고 발버둥을 치다보니 회사 주위의 바운더리 안에서만 내가 너무 좁게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20대 때는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딱 회사일만 했다. 죽어라고 했다. 연애도 운동도 여행도 거의 못하고 그냥 주중이고 주말이고 상관없이 오로지 일만 했다. 그렇게 해서 회사를 살려내고 다시 계속 다음 모멘텀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며 성장시키고 있지만 그 댓가가 너무 큰 것 같다는 생각을 이제서야 해본다. 만약 내가 회사를 지키지 못했더라면 오히려 그 바운더리를 본의 아니게 벗어나 더 넓고 다양한 경험을 했을지도 실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젊을 때는 무엇이 잘된거고 무엇이 안된 것인지를 판단하기가 무척 어렵고 성급한 것 같다. 아무튼 굳건히 잘 살아남아 이런 얘기를 할 기회라도 가질 수 있는데 감사하고 아직 내 일천한 생각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물론 감사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분명 크게 잃은 것도 많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분명히 처음에는 내가 선택한 길이었지만 중간에는 내가 선택했다기보다는 살기위해, 또는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이나 익숙한 일에 대한 관성으로 흘러온 면이 상당히 컸다. 사업이 원래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시작은 내 의지로 하지만 과정과 끝은 내 맘대로 시점과 형태를 거의 정할 수 없는 것. 나도 나름대로 오래 짱구를 굴려 과정과 끝을 설계하지만 그대로 된 적이 거의 없다. 내 내공 부족이겠지마는 그런 점에서 연속적으로 회사를 세우고 매각하며 그 과정과 끝을 (내외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을 포함하여)비교적 통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배들은 정말 존경스러울 수 밖에 없다.

건강한 기업문화

나는 우리 팀이 정말로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오늘 세달간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드랍했다. 오픈 직전이고 이미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기에 아쉬움이 크지만 이게 실제 사용자에게 효용이 있으며 우리 회사의 전략 방향에 부합하느냐를 놓고 제작진 전원이 간단한 토론 끝에 평화롭게 드랍하기로 했다. 나는 우선 그런 논의가 오픈 직전에라도 불쑥 제안될 수 있는 문화, 그리고 그런 갑작스런 제안이라도 진지한 토론 주제가 될 수 있는 문화, 또한 전원 토론과 합리적 합의를 거쳐 프로젝트를 즉시 중단시킬 수 있는 과단성의 문화까지. 그런 점이 위자드웍스가 살아남고 계속 첫날의 생동감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닌가 한다. 나는 사람에겐 한없이 따뜻하지만 일에 대해서는 냉정할 정도로 빠른 의사결정력을 지닌 이 팀이 아직도 참으로 건강하다고 믿는다.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가 속해있는 분야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 인기를 얻기는 참 쉽다. 하지만 적을 만들기도 쉽다. 적을 만들면 진짜 바꿀 수가 없다. 근본적인 변화는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짜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조용히 준비해야 한다. 칼을 빼들어 휘두르는 순간 모두가 놀라 자빠질 정도로 철저히 오래 준비하며 재료를 모으고, 진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기르며 기다려야 한다. 문제를 차곡차곡 정리하고 대안도 생각하며 세 수, 네 수 앞을 미리 봐야한다. 그래야 진짜로 분야의 문제를 바꿀 수가 있다. 훨씬 더 영향력있게 실질적으로. 그러지 않고 그냥 마음 맞는 사람들 지지 받으며 공개적으로 입바른 소리만 하는 것은 사실 별로 의미가 없다. 더 둥글둥글해져야 내가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아직 멀어서 불의만 보면 불끈불끈하지만, 그건 정말이지 적만 만들뿐 큰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