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November 2014

어느덧 익숙해진 사선에서.

# 해보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유’가 얼마나 큰 행복인가. 그것이 항시 쪼들리더라도 계속 이 일을 하는 큰 이유 아닌가 한다. 나는 계속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시도하고 싶다. 자유롭기에 행복하므로.

# 올해 다 합쳐봐야 30명 남짓되는 인물들과만 교류하며 일해왔는데, 그것은 이때껏 살며 가장 적은 이들과 교류하며 산 해일 것이다. 그것의 장점은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 그냥 척하면 척, 때론 좀 공격적인 대화가 오가더라도 서로 나쁜 뜻이 없음을 알고 있기에 불필요한 감정들이 쌓일 일이 별로 없었다. 물론 사람을 많이 만나야 여러 기회도 오겠지만 대화의 오해비용을 줄여 생기는 추가적인 생산성이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엊그제 다시 대란이 일어났다고 하여 저렴하게 핸드폰 개통하려는데 서울보증 채무자로 등록되어 있어 개통이 불가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회사로 돌아온 적잖은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을 졌다. 물론 지금 준비하고 있는 일들로 금세 갚을 자신은 있다. 그럼에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등록된 채무자’라니, 살면서 몹시 낯선 이름이다. 오늘을 결코 잊지 말자.

# 내 경우 오히려 너무 일찍 만나 인연이 안된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이성 얘기가 아니라 도움을 받을 선배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내 레벨이 고작해야 2,3밖에 안될때 레벨 50의 선배를 만나 어버버하다 헤어지곤 했었던 것 같다. 지금이라면 훨씬 더 편하게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럼 더 친해졌을테고. 아무래도 너무 어려서부터 승승장구 하는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어느정도 준비되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사람 관계 맺는게 특히 그렇다. 요즘 와서야 비로소 만나게 된 인연들은 그런 의미에서 얼마나 다행한지 모른다.

# 이제 미팅 때문에 나가봐야 한다. 현실이 박하지만 그런만큼 전에 없던 것들을 많이 배운다. 사선까지 오갔던 지난 힘든 과정이 없었더라면 과연 나는 지금의 새로운 국면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오늘 독촉장이 날아오고 내일 가압류가 들어와도 계속 새로운 도전하는 것을 멈추지는 않는다. 열가지 도전 중에 너댓가지의 기회가 있고 그 중 한두개가 다시 회사를 살리고 우리를 지금은 모르는 다음 차원으로 데려다 준다. 물론 조금은 더 현실적으로, 아무래도 멋진 것은 다음으로 미루고 우선 생존과 부활을 도모하면서. 계속 힘내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유’의 지속을 위해서. 오래도록 살아남을, 나와 우리 팀의 건투를 빈다.

# 마지막으로 부끄러운줄 알면서도 내가 계속 우리의 오늘을 글로 남기는 것은 이 경험을 나누기 위함이다. 경험적으로 나도 우리도 언젠가는 또 올라가는 날이 올 것이다. 그것이 금방일 수도 있고 좀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살아있는 한 당연히 올 것이다. 따라서 이런 날도 기록을 해두어야 하고 나중에 잘되었을 때 자중하기 위해서라도 이때를 기억해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나날을 기록하고 전달한다. 후배들에게 보여지는 창업과 관련된 소식이 모두 항상 잘되고 큰 투자를 받는 것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그들이 실제 일을 시작했을 때 ‘나는 왜 안되지’하고 큰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사업의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고 연달아 승승장구하는 연쇄창업자가 있는 것처럼 동시에 완전히 망해 경험을 전달할 기회조차 없는 사람, 그리고 나처럼 아직 살아남아 계속 기록할 기회라도 있는 사람도 있다. 용기내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후배들에게 전달해야 공발전이 이뤄진다고 믿는다. 그래야 나중에 혹여나 내가 크게 성공했을 때 저 성공이 ‘그저 운이 좋아 쉽게 성공했다’고 믿고 ‘저들과 나는 다르다’며 중도에 포기하는 후배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배움과 생각할거리들

# 이번 옐로모바일 1억불 투자를 보며 느끼는 점. “큰 판을 차리면 그에 걸맞는 큰 돈은 어디든 있다.” 회사는 업력이 쌓일수록 큰 판으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옐로모바일은 몹시 빠르긴 하지만..) 회사가 업력에 비례해 계속 다음 단계로 점프하지 못하면 값어치가 현실적이 되고, 점차 기대에 부풀었던 기업 가치는 추락하고 만다. 언제나 실적+기대가 주가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시장에서는 실적x기대일지도..) 물론 여기엔 건전한 팩트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내가 판을 벌이는 동안 거시 상황의 안정성이라는 운도 필요하고..

# 일본발 게임 기사를 보니 for Kakao 앱이 국내 모바일 게임 유통에 차지하는 비중이 1년만에 13.5% 역성장 했단다. 물론 여전히 70%대로 압도적이긴 하지만 5년 후의 지형을 생각하면 사업 다각화는 지금 카카오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 행보구나 싶다.

# 중국의 모바일 동영상 시청이 82%로 세계 1위라고. 한국은 81%로 세계 2위. (영국은 61%, 독일은 53%) 최근 방송 관계자에게 들었는데 중국은 각 성 별로 안나오는 방송도 많고 해서 인터넷TV로 비디오 컨텐트를 소비하는 사용자가 정규 방송 대비 휠씬 많다고 한다. 그래서 유쿠 같은 비디오 사이트와 국내 방송의 콜라보(SBS와 슈퍼주니어M의 게스트하우스 프로그램 공동 제작) 사례도 나오는게 아닌가 한다. 이 프로는 중국인들이 유쿠에 비디오로 응모해 가장 추천이 많은 사람들을 한국으로 초대, 슈주의 안내로 관광하는 프로그램인데 응모작 전체의 View 수가 1억 2천만회를 넘었다고. 그럼 유쿠로서도 광고수익 잡혀 좋고 SBS도 슈주의 한류 파워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중국에 팔 수 있어 좋고 한국관광공사는 요우커를 대거 유치할 수 있어 좋고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한 지극히 상업적 콜라보레이션이다.

# 앞으로는 이런 사례가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이제 한국 TV 프로의 크레딧이나 스포츠 행사에서 한자 로고 보는게 어느새 익숙해졌다. 중국 회사의 협찬, 중국 방송과의 공동 제작이 줄을 잇는다. 이를 중국 자본의 한국 잠식으로 본다면 그야말로 바보의 프레임이다.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가 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만난 어느 투자사 대표님은 내게 “요새는 중국에 인수될 수 있는 회사만 투자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중국 투자 비중도 연간 천억씩으로 늘렸다 한다. 그분 말씀이 G2 시대에 그 G 중 하나가 우리랑 한 시간 거리에 있고, 일본은 또 극도로 싫어해 투자나 인수를 거의 하지 않으며 그 와중에 한국은 삼성, LG 등 훌륭한 회사와 한류로 인해 굉장히 높히 보는 무드가 형성되어 있는 점 등을 들어 “이것은 관점의 문제다. 한국 기업가로서는 전에 없던 기회로 판단해야 한다”고 한 말이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 앞서 비디오 얘기가 나와서 생각났는데 최근에 YouTube에서 일하는 선배를 만나 술 한잔 하며 들으니 비디오 컨텐트도 컨텐트지만 그걸 생산하는 생산자(유튜버라고 불리는)의 가치가 또한 막대하다고 한다. 일례로 아프리카에서 게임 방송을 하는 BJ 양띵은 LIVE 되었던 방송을 모아 유튜브에 매일 업로드하고 있는데, 이 영상이 지금까지 3억 5천만회 플레이되었고 양띵이 운영하는 5개 채널 구독자를 모으면 250만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그 선배 말이 그 정도 구독자가 있으면 영상 하나 올리는 족족 기백만원의 광고 수익이 있기 때문에(또한 게임 플레이 영상에 시의성이 없어 올려둔 모든 컨텐츠가 꾸준히 돈을 버는 구조) 그야말로 1인 기업이 된다는 것이다. 수익은 그뿐 아니라 게임 리뷰, CF, 게임 행사 초대 등 ‘양띵’ 개인 브랜드를 추종하는 250만 구독자, 수많은 아프리카 TV 시청자의 기반 위에서 보다 다채롭게 구성된다. 심지어 최근 CJ E&M은 이같은 개인 유튜버들을 영입해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고 방송 프로그램까지 함께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양띵은 물론 대도서관, 대정령 등 주요 게임 BJ들이 CJ E&M과 파트너십을 맺고 온게임넷 정규방송 출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바야흐로 개인이 브랜드인 시대가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1분 정도 고민했다. 나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사람들이 널리 즐길만한 어떤 컨텐트를 나는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가? 그렇게 따지니 내가 가진 특별한 재료가 별로 없다고 느껴졌다. (물론 선배는 일상 속 장면을 올리는데서 스타 유튜버는 시작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선배는 구독자가 50명이다. ^^)

# 요새 일과 관계가 있어 광고 시장을 공부하고 있는데 이게 또 참 재미있다. 미국은 광고주가 한 푼이라도 돈을 아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DSP(Demand Side Platform)와 매체가 한 푼이라도 돈을 더 벌 수 있도록 도와주는 SSP(Supply Side Platform)가 있고 그 사이에 DSP의 판단에 도움을 주는 DMP(Data Management Platform)와 DMP에 Raw-data를 제공하는 Data Supplier, 그리고 SSP의 남는 지면을 DSP가 실시간으로 입찰(RTB, Real-time bidding)하도록 도와주는 Exchange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광고 시장은 규모 자체가 너무 작고, 단가가 싸며, 플레이어가 많지 않아 이같이 광고를 효율화하는 과정이 다 생략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에는 위 구조로 갈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모바일 광고로부터 Adlibr같은 SSP가 먼저 등장했고 최근에는 나스미디어의 애드패커와 같은 초기 형태의 DSP도 등장하고 있다. 또한 리타켓팅이 PC 기반 광고에서 몇년 전부터 보이기 시작했는데, 모바일 리타켓팅이 이 업계의 이슈이고 리타켓팅 자체가 브라우저 쿠키 기반이기 때문에 아직도 웹과 앱 간의 크로스 리타켓팅조차 완벽하게 동작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물론 온누리DMC의 ‘크로스타겟’ 같은 상품이 등장해 이제 점차 시작되고는 있다.) Real-time 광고 최적화는 앞으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현상이기에 내년 정도 되면 더 많은 DSP와 SSP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RTB 적용이 가능한 국내 디스플레이 광고 시장의 전체 규모는 연간 1조 3천억(모바일 포함) 정도이고 이중 효율화에 따른 DSP와 SSP의 수익을 최대 15%로 잡더라도(현실적으론 10% 넘기가 힘들겠지만) 연간 2천억 이내의 시장을 놓고 수십개 업체가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체크..

# CPI 광고 시장은 게임 광고주의 꾸준하고 일정한 광고 물량 유입(주로 차트부스트를 목적으로 하는), CPI 대행사가 어느정도 정리되어 단가가 일정하게 통제되고 있는 점, 일정한 수익이 없는 여타 앱들이 리워드 CPI를 쉽게 가져다 붙일 수 있는 BM으로 선호하고 있는 점 등으로 인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모바일 광고가 PC 광고를 할 때 예산의 일부를 테스트하는 용도 정도로 불안정하게 구매되었다면 요즘은 당연히 온라인 캠페인을 할 때 띠 배너 얼마, CPI 얼마 하는 식으로 예산 책정을 하는 정도로 이미 일상적인 매체가 된 것 같다. 시장이 정리되면 살아남은 회사는 돈을 번다.

# 살아남은 회사가 돈을 번다 하니 극장업 사례가 떠오른다. 올해 멀티플렉스 경영진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극장업 수익률이 굉장히 안정적이라고 한다. 이제는 전국의 극장 체인이 3개로 거의 다 통일됐고, 이들 3개 업체가 경쟁사 상권에 경쟁 출점을 자제하고 일종의 땅따먹기를 하면서 확보한 상권의 관객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들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커머스 업체들도 그렇듯 치열한 싸움 끝에 주요 2-3개 업체로 살아남아 서로 어느정도 영역을 인정하면서 내실 다지기 장사를 하게 되면 비로소 수익도 내고 적절히 먹고 살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그때까진 치열한 전쟁이겠지.

# 언제나 좋은 사람들 만나며 배우는 것이 많아 간단히 정리해 놓는다는게 꽤 길어졌다. 그분들 드러나지 않게 최대한 간접적으로 인용했고 개별 수치나 사안은 어차피 검색해보면 나오니까 일일이 링크 걸지 않았다. 내 배움이야 언제나 허접하지만 그래도 듣고 배운 내용의 일부나마 나누며 살아야 사회적 가치 구현에 조금이나마 도움된다고 믿기 때문에 발품 팔아 배우는 것들을 가끔 공유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배운 것들 좀 공개적으로 많이 공유해주면 좋겠다. 각자 혼자 배우고 혼자 자산화해서는 전체의 발전이 없다. 항상 시간이 너무 없지만 이거 잠깐 기록하고 공유한다고 내 일에 마이너스 되는거 별로 없으므로 가끔이나마 많은 동료와 후배들이 배움을 나눠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글을 통해 나의 허접함이 언제나 드러나긴 하지만 그래도 우린 젊고 아직 배울 길이 훨씬 길기에, 뭐 어떤가.

모바일 시대 소형 미디어의 기회

생각해보면 포털이 자기 사업을 10년 전부터 이미 ‘미디어’로 정의했다는데 큰 혜안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트래픽을 보다보니 알게된 것이겠지마는 기성 미디어는 포털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던 당시로선 분명 선진적인 생각이었으리라.

모바일이 일상이 된 지금 네이버를 보면 검색, 뉴스, 스포츠, TV, 책, 옛날 신문, 잡지, 자동차, 금융, 심지어는 없는 백과사전을 만들기도 하고 일러스트 회사를 사서 개인 작가 그림을 보여주기도 한다. 네이버가 지금까지 이런 컨텐츠를 가두리 양식장 안으로 사서 모으는 데에만 10년간 1,500억 이상이 들었다 하는데 결국 그 혜안이 대단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검색은 기술도 기술이지만 DB 싸움이라고 했는데 DB를 사서 채우고, 없는 DB는 전문가들 섭외해 오랜시간 직접 생산까지 했기 때문에 그렇게 모은 방대한 결과물의 수명이 고작 2-3년 가고 말진 않을 것이다. 하물며 지난 10년간 포털 중심으로 정보 유통 경로를 단일화해 개별 컨텐츠 생산자의 씨를 말려버렸기 때문에 1-20년 아니면 그 이상도 네이버의 세상은 견고하게 유지될 것이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그러고보면 네이버가 스스로의 미디어적 가능성을 발견하고 꾸준히 추구해 온 것은 실로 훌륭한 전략이 아니었나 한다. 지금으로 치면 피키캐스트나 인사이트 같은 서비스가 미디어적 가능성을 가진(물론 이미 미디어를 표방하지만) 다음 세대의 서비스들이라 본다.

네이버의 가두리 양식장을 통하지 않고 직접 수급하거나 생산한 정보를 유통함으로써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트래픽을 받는 밸류 체인을 만들수만 있다면 모바일 시대에 장기적으로 영속하는 서비스-이자 미디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러려면 1) 청중이 선호하는 컨텐트 주제 2) 모바일에 맞는 컨텐트의 형태 3) 안정적인 확산 채널의 확보 이 세가지를 잘 고려해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미디어가 되는 서비스의 미래는 찬란하다. 네이버가 LG전자의 2배 넘는 시총을 가진 회사가 되었고 그 확고한 점유율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사람들이 정보를 소비하는 미디어를 쥐게 되면 항상 넘쳐나는 트래픽을 갖게 된다. 그 트래픽만 있으면 게임, 웹툰, 영화, e북, 앱 무엇이 되었던 유통할 수 있고 다른 누구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신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검색 싸움은 이미 끝났지만 모바일에서 누군가 작더라도 트래픽이 지속되는 미디어를 만들 수 있다면 오래 살아남는 새로운 인터넷 기업을 만들수 있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