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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there!

첫날과 같기를.

군에 간 새 회사에 보관되어 있던 약 7만장의 과거 사진을 구글 포토에 올렸다. 과거 우리 사진들을 보며 새삼 한 사람의 생각과 함께 하는 이들의 노력이 이 세상과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느낀다. 당시 내가, 우리가 이끈 사람들이 많이들 이 업계로 들어와 10여년 사이 훌륭한 선배들로 장성해 있다. 참으로 놀랍고 뿌듯한 일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남 앞에 서기도 싫어지고 다른 생각을 전파하기도 민망해진다. 이렇게 철이 들어가는 것인지, 아니면 재미없는 꼰대가 되어가는 것인지. 가급적이면 계속 새로움을 추구하는 리더가 되고 싶은데 그러려면 전보다 더한 노력이 필요할 듯 하다. 새로운 생각이 안 떠올라서 문제가 아니라 그걸 실천할 용기가 없어서 퇴물이 되어 가는 것 같다. 그럴수록 이렇게 가끔 과거 추억들을 들추어 보며 스스로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무리 어렸었다 한들 우리의 시간을 ‘노력이 불충분했다’고 치부하기엔 우리는 너무 진지하고 열심이었다. 다만 제대로 하는 방법을 몰랐을뿐이었다. 지금 다시 하면 당연히 전보다 잘할 것이다. 그러니 절대 꼰대가 되지 말고 계속 지르자. 전보다 잘하게 되었는데 막 지르는 용기가 없으면 말짱 꽝이다. 계속 처음과 같자. 스물둘 첫날의 설렘과 같자.

다짐

치욕이 사람을 한단계 성장시킨다. 어른이 되자. 더불어 진짜 강한 사장이 되자. 회사 식구들을 지키고 자생적인 번영을 누리자. 치욕은 방만한 경영과 타인에의 의존에서 시작된다. 자생적 번영을 획득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자. 내가 허술해지고 느슨해지면 더 열심히 하는 자가 내 위에 선다. 자유는 밑에서는 누릴 수 없는 것.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반드시 이기자.

서로 진지하게 승선했다는 믿음

좋아하는 후배가 오랜 고민 끝에 다른 회사로 갔다. 물론 우리는 준비중인 팀, 그쪽은 잘되는 곳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실은 얼마전 고민을 토로하길래 “나와 최소 5년 같이 갈 자신 없으면 다른데 가는게 좋을 것”이라 했다. 그리 한 이유는, co-founder가 나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어떤 위대한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자드 때 co-founder가 창업 직후 다 나갔었다. 11년만에 다시 하면서 지금은 실력보다 안정감을 더 우선한다. (당연히 실력도 보지만, 이번에는 함께 최소 5년 이상 흔들림 없이 달릴 각오 있는지 묻는다.) 이번 여정에서 갑판장 역할을 맡을 후배에게는 더 가혹하게 같이 30년 달릴 각오 있으면 오라 했었다. (결국 그는 와이프와 진지하게 상의 후 승선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사람 모으기 참 어렵겠지만 그래도 항해 전에 항구에서 좀 더 고생하는 편이 한참 항해중에 괴로워지는 것보다 훨씬 낫다. 물론 우리가 적게는 5년, 길게는 30년 이상 하려는 일들이 앞의 6개월, 1-2년 정도만 보면 아주 작거나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 스스로도 긴 마라톤을 위해 앞의 3년 정도는 감 잡고 몸 푸는 기간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은 아주 긴 호흡의 그랜드 플랜 또는 큰 꿈을 그릴 정도의 경험과 눈은 생겼다. 사람은 가장 중요하고도 여전히 어려운 문제이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을 끌어 온다는 믿음 하나는 있다. 그러려면 우선 나부터 좋은 사람이어야겠지. 삶의 궤적 그 자체가 엄청난 흡인력을 갖는 사람이고 싶다. 흡인력까진 몰라도 나름 열심히는 살아왔지만 여전히 나와 함께하지 못하는 사람은 있다. 그때마다 조금씩 마음은 쓰리다. 그럼에도 우리 팀이 끝내는 서로 쉽게 떠나지 않을 사람들이라는 믿음을 가진 채로 출항하리라는 것은 안다.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대답해 배에 오른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철이 들어가는 것

잘할 수 있고 재미있어 보이면 일단 하고 보는 것.

VS.

잘할 수 있고 재미있어 보여도 할 필요 없는 일은 안 하는 것.

이것을 골라내고 자의지로 선택하는 것이 곧 철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 한다.

물론 전자도 얻어 걸리는 것이 많고 돌고 돌아 서울로 갈 수는 있다. 그러나 시간이라는 가장 비싼 비용을 치른다. 그러니 철이 들 필요는 있다.

철이 든다는 것이 꼭 몸을 사리게 되거나 도전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굳이 할 필요 없는 일을 안함으로써 추후 해야할 일이 나타났을 때 즉각 기회를 잡기 위함이다.

먼저 용서하고 돕는 것

생각해 보면 사업할 때 참 힘들었던 것 같다. 항상 생전 처음 만나보는 어려움과 고민이 있을 때 그 기억을 남겨 놓고자 이 블로그에 글을 써왔다. 그러나 군생활을 하면서는 딱히 블로그에 쓸 것이 없었다. 경험에 의한 깨달음은 거의 없고 그저 혼자 공부하는 것에 의한 배움 정도가 있었을 뿐이다.

그러다 전역을 한달 앞두고 영창이라는 평생 기억에 남을 경험을 했다. 아픈 경험을 통한 배움일 것이다. 요약하자면 믿고 의지하던 상사가 자기 살자고 나를 넘겼다. 그래서 첫날은 몹시 화가 났더랬다. 그러던 것이 둘째날에는 이해가 되더니 셋째날 밤에는 급기야 동정심도 생겼다.

왜 그래야 했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시간이 갈수록 이해가 됐다. 한편으론 측은한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행함으로써 부하들의 신뢰라는 더 큰 것을 잃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했다. 이제 더는 누가 그를 따르겠냐고. 그렇다. 그런 점에서 그는 참으로 소탐대실한 것이 아닌가. 실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가진 것을 지키지조차 못했고.

이후 내가 같은 일로 곤란함에 처한 동료들을 심적으로 위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엔 나도 화가 나서 다 뒤집어 엎겠다 생각했었는데 결국 화는 화를 부른다. 나의 복수는 다시 나에 대한 타인의 복수를 낳을 뿐이다. 누군가는 반드시 증오를 끊어야 한다. 나 역시 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소탐대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안다. 복수는 그저 소탐대실일뿐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당한 것을 잊어버리지 않는다. 따라서 내가 당함으로 끊고 가는 것이 길게 보면 가장 크게 얻는 길이다. 적어도 누군가는 나에게 미안함을 갖고 살아갈 것이요, 종종 누군가는 내가 증오를 끊고 가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안고 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느 화가 나는 순간이든 내가 해야할 것은 용서이고 화해다. 그것이 더 크게 이기는 것이고 모두와 함께 살아가는 길이다.

따라서 나는 살아가면서 언제든 내게 주어질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잘잘못을 전가하지 않을 것이다. 내게 잘못한 사람은 측은하게 여기고 용서할 것이다.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최대한 손을 뻗을 것이고 그로 인해 내가 더 다친다 해도 사람을 얻는 방향으로 행할 것이다.

어떠한 위기의 순간에도 사람을 얻으면 크게 얻는 것일테니. 어떠한 묘수도 사람을 잃으면 위기를 빠져 나가봐야 훨씬 더 크게 잃는 것이다. 어쩌면 군생활의 말미에 좋은 계기로 다시금 희미해지던 원칙을 상기하게 됨에 감사할 일이다.

사람은 극한의 순간에 처해야 진짜 모습이 나온다는 것도 오랜만에 느꼈다. 겉모습과도 다르고 평소의 젊잖음이나 느긋함과도 거리가 있다. 그러니 어느 때이고 사람의 극단적 상황을 목격하는 것은 대단히 소중하다. 그가 무엇에 떨고, 두려워하고, 기뻐하고, 어떤 것을 기준으로 의사결정 하는지 샅샅히 보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금전의 손해나 신체의 고통, 정서의 힘겨움을 모두 베팅하고서라도 여전히 나이 서른셋 먹고 사람을 남기는 것을 최우선의 결정 기준으로 한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동안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 선배님, 나의 인격 수양의 장이었던 회사에 감사한다.

그런 사람들, 엄청나게 힘들었던 시간들이 아니었다면 내가 어떻게 누가봐도 화나는 상황에 먼저 용서하고 나 살기도 죽겠는 와중에 남을 도울 생각을 할 수 있었겠나. 그러니 이것은 지나온 나의 인생 1막에 대해 깊이 감사할 일이다.

세상이 나를 시험에 빠뜨려도 항상 나는 용기를 내서 나부터 정의롭게 행동할 것이다. 공명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게 모두를 위해 더 현명한 길이고 나에 대한 신뢰를 키우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고마운 사람들

내 주위에 훌륭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정말 다행이다 허투루 살아오지는 않은 것 같아서.

참 대단한 여정이었다. 하루도 늘어지는 법 없이 열심히 살았다. 후회도 없고 그렇게 부족함도 없었다. 나는 계속 훌륭한 사람들을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조급해 하지는 않는다. 때가 되고 간절히 바라면 원하는 사람을 어떻게든 찾게 될 것이다.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지금껏 숱하게 그래왔듯이. 하지만 또 나아지는 날이 있을 것이다. 언제나 열심히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고,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안되겠지만 그 안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것이다.

한번뿐인 인생에서 결국 가장 의미있는 일은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과 같이 무언가 변화를 꿈꾸고 노력했다는 사실 자체일 것이다.

그런 과정이 하루하루 반복되고 쌓이며 어떤 변화를 조금씩 만들어 내고 우리에게 전에는 몰랐던 배움이나 깨달음을 준다면 그것은 행복의 덤일 것이다. 가족과 개인사가 주는 가치가 행복을 이루는 최대 요소일 것이고.

그러므로 모든 것의 시작은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매일의 일상을 의미로 만들어주며, 노력 자체를 보상이자 행복의 길로 이끌어준다.

지금껏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준데 감사함을 느낀다. 더불어 앞으로도 그럴 수 있기를, 나부터도 좋은 사람들이 계속 모일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미물

작은 사업 하나 만드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생각한다. 더불어 무엇이든 작은 것이나마 자기 일을 만들고 잘 해내고 있는 이들에 대한 존경심도 가진다. 내가 했던 일 역시 작은 그런 일이었지만 멀리 빠져서 보니 새삼 남 훈수 두거나 저런건 나도 하겠다느니 짜쳐서 안한다고 했던 모든 일들이 저마다 얼마나 소중하고 어렵고 위대한 일인가를 생각한다. 내가 어려도 한참을 어렸던 것이다.

자기가 무슨 작은 일이든 직접 업을 일으켜 세워 본 사람이 아니면 남의 어떤 작은 일에 대해 감히 무시하거나 야유할 자격이 없다. 물론 내 일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남의 일 평가할 자격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냥 다들 잘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거지. 온전히 제 손으로 일을 일으켜 보기 전까지 그걸 자기도 맘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시간이 갈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훈수 둘 게 없어진다. 할 말도 없고 해도 그게 정답일 리 없고 정답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냥 자기 일을 작게라도 도전하고 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 존중해 마땅하다. 구멍가게에서 발로 뛰는 자영업자가 독방에서 훈수만 두는 명망가보다 훨씬 실존한다. 그런 사람들을 리스펙하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큰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란! 나는 아직 그저 생각하는 미물일 뿐이다.